자기주도적 습관이 나를 질적 성장으로 이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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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 1번 강정민
“에이, 설마 6광탈 하겠어?” 설마가 사람 잡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남의 얘기, 친구 얘기일 것만 같았던 6광탈의 쓴맛을 내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수능 공부 경험이 없어 6학종에 올인했고, 그 6학종 대학들은 내 내신 성적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대학들이었다. ‘하나는 붙겠지.’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수능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는 핑계로, 학생부 교과나 정시는 준비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길은 재수뿐이었다.
2019년 12월 29일은 나의 열아홉 번째 생일. 그러나 진성남자기숙학원 입소 하루 전날이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나는, 대학 합격과 기나긴 수험 생활의 끝과, 생일을 맞이하는 겹경사를 누려야 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오로지 재수 생각으로 가득했다.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수능을 준비해야 했기에, “이번에도 망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나를 옭아매었다. 즐거운 생일은 물 건너갔다.
2019년 12월 30일은 진성남자기숙학원 입소의 날. 짐을 풀고, 휴대전화를 내고, 반 배치고사를 보고... 그렇게 나의 재수 생활이 잘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무거운 눈썹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어떻게든 눈을 뜨기 위해 죽기 살기로 버텨냈다.
2019년 12월 31일, 나는 한계에 다다랐다. 이미 나는 마음속으로, 쏟아지는 피로에 절규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여기를 뛰쳐나가야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눈을 뜨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다. 그날 밤, 나는 502호 우측 침대에 시체처럼 쓰러져 누웠다. 11시 50분을 가리키던 손목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나는 이곳에서 2020년을 맞이했다.
2020년을 맞이하면서, 나한테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였다. 그렇게 나의 진짜 재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은 수학(나), 작년(2020) 수능에서 백분위 43을 맞았는데, 말이 5등급이지 사실상 6등급이었다. 그러나 이곳 진성학원에서 만큼은 달랐다. 학생 수 대비 선생님 수가 많아, 모르는 문제나 개념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식 질의응답 시간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공강 시간에도 부족한 점을 채워 가려 노력했다. 형설지공의 결과는 9월 모의평가에서 나타났다. 백분위 87을 맞은 것이다. 이는 작년 수능에서의 그것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마킹 실수만 안 했어도 89~90이 나왔을 터라 아쉽지만, 나의 실력이 이렇게나 올랐다는 것만큼은 뿌듯했다.
그렇다고 내가 가장 강한 과목을 소홀히 한 건 아니다. 영어만큼은 작년 수능에서도 2등급을 받았기에, 더 나아갈 길은 1등급밖에 없었다. 학원 커리큘럼대로 독해 기술을 익히고, 연계 문제에 대비했다. 향상된 독해 능력과 꾸준한 연계 준비를 하니, 내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의 평가원 시험에서 받은 두 개의 1등급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나의 성장은 이러한 ’양적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의 또 다른 성장인 ’질적 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의 질적 성장은 ’습관‘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나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낸 첫 번째 습관은, ’운동하는 습관‘이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한 경험이 없다. 학교와 집과 학원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늘 없었다. 그러나 숙식과 공부를 같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운동 또한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여덟 번, 한 번에 삼십 분, 나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규칙을 칼같이 지켰다. 운동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90kg까지 쪘던 몸무게를 84kg으로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내가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은 운동하는 ’습관‘이다. 학원에서의 운동 습관을 통해 운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켰고, 이는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꾸준히 운동에 임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먼 훗날, 저질 체력에서 몸짱으로 환골탈태한 나의 모습을 감히 기대해 본다.
나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낸 두 번째 습관은 ’신문 보는 습관‘이다. 학원 안에서는 모바일 기기 사용이 제한되지만, 생활 선생님께서 신문을 독서실을 갖다 주신다. 그렇기에 공부하다 지칠 때면 자연스레 신문으로 눈길을 돌리곤 한다. 신문을 보면 글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딱딱한 비문학 지문이 아니라, 재미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지문 독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생에 중요하게 작용할 ‘통찰’을 얻는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좁은 건물 안에만 있으면서도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면 시야가 넓어짐을 느낀다. 신문 보는 습관을 길렀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신문을 통해 글 읽는 습관을 기를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성숙한 지식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는, ‘자기주도적 습관’이 나를 질적 성장으로 이끌어주었다. 우리 학원에서는 학생들이 플래너를 쓰면서 스스로 공부 계획을 짜야 한다. 나도 매일 플래너를 통해 하루하루의 학습 계획을 정리한다. 이를 주 단위로 정리하고, 다시 월 단위로 정리한다. 휴가 때는 나의 인생 계획을 연 단위로 정리한다. 플래너로 계획을 짜는 습관이 인생 계획을 짜는 습관으로 확장된 것이다.
진성에서 나는 성적과 더불어, 등급으로 수량화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들을 얻었다. 내가 ‘재수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우리 진성학원 후배 여러분들도 양적 성장과 더불어, 이러한 질적 성장을 꼭 경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성학원 후배분들게 몇 가지 조언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첫째, 너무 먼 미래를 보지 마라. 물론 재수가 리스크가 크고 결과가 불투명한 투자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 ‘내일’, ‘이번 주’, 딱 이 세 가지만을 바라보고 집중하라. 아득히 높은 정상을 바라보지 말고, 당장 발밑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정상을 잊어버리고 발밑에 집중하면, 점차 시야가 트이면서 대학이 보일 것이다.
둘째, 질적인 경험에도 집중하라. 물론 대학에 가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인 만큼, 공부가 주가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질적 성장’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여러분들은 대학만 잘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여러분들은 왜 대학에 가는가?”
대부분은 그 이유를 취업이나 생계에서 찾을 것이다. 물론 그 이유도 맞다. 그러나 취업은 대학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학에 왜 가려 할까? 나는 그 이유가 대학에서의 ‘경험’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그 안에서의 사회인으로서 할 수 있는 그런 경험들 말이다. 동아리, 선후배 간 네트워크, 학회 활동, 동문회 같은 것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마음가짐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렇기에 나는 대학 생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사회화하여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하여 나는 여러분들게 인터뷰, 설문조사, 수기 작성과 같은 학원 내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성적표만으로 재수 결과를 판단하지 마라. 사람들은 흔히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결과는 개인이 스스로 바꾸기 어렵지만, 과정만큼은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조언을 잘 따랐다면, 여러분들은 양적인 성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큰 성장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좋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수량화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성적표 이면에 숨어있는 그런 가치를 꼭 잊지 말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진짜 마지막으로, 열심히 해서 다시는 여기 오지 말기를 바란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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