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7년 1월..)
페이지 정보
학년 등 년도반번
본문
전교생 기숙사 생활.. 신흥 명문 진성고
경기 진성고(광명시 하안동) 정일웅 교장은 최근 신입생을 받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 신입생이 남자 신입생 수를 무려 100명 정도 앞질렀기 때문이다. 3월 입학 예정인 1학년 학생은 모두 391명, 이 중 여학생은 244명이나 된다. 지난해도 여자 신입생이 남학생보다 많긴 했지만 그 차이는 불과 10여명이던 터였다. 정 교장은 “당연히 실력 순으로 뽑으니 남녀 모집 차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같은 결과를 신기해 했다.
전교생이 ‘1반 1실 기숙사 생활’ 을 하고 있는 이 학교는 ‘아침 6시 기상, 0시 취침’을 철저히 따른다. 군대 점호 격인 아침ㆍ야간 인원점검도 매일 빼 놓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군대’와도 같은 이 학교를 여학생들이 점령해 버린 이유는 뭘까. 1학년 정다운양은 “부모님이 먼저 안심하고 보내주는 ‘안전지대’ 같은 곳”이라며 “24시간 내내 친구들과 생활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공부나 특기 적성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1월 현재 전교생이 1035명인 이 학교는 현재 각 학년별로 10반씩 있다. 같은 반 친구끼리는 2층 침대 20여개가 놓여 있는 같은 기숙사실에서 함께 생활한다.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물샐 틈이 없다. 오전 6시에 일어나서 아침 인원 점검을 받고 운동장 혹은 체육관을 한 두 바퀴 가볍게 뛴다.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는 정규 수업을 받고, 그 이후엔 자기 공부를 하다가 밤 12시에 잠자리에 든다. 다만 주말에만 귀가가 허용된다. 이 학교는 60여명의 교사 외에도 흔히 사감으로 부르는 생활지도 교사가 34명이나 된다. 이들은 오후 늦게 출근해 다음날 아침까지 학생들과 함께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침소도 기숙사실 안쪽 문 앞에 바로 마련돼 있다.
아침 인원점검이 끝난 후부터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6시 30분~7시 40분 사이 학생들은 제각각 클럽활동(C.A.)을 하기 위해 흩어진다. 이상화(1학년)군도 그 중 하나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 되면 시사토론반에 가서 약 10명의 반원들과 함께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한다. 이군은 “애초 특목고 진학을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공부 스타일이나 교우 관계를 생각해 이 학교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오후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학습 3종 세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 수업, 자기 주도 학습, 질의 응답 등이 바로 그렇다. 선택 수업의 경우, 같은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의 실력과 선호도에 따라 교사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정 교장은 “모든 공부는 학생에게 맞춰져 있다”며 “어떤 교사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또 다른 교사는 10명을 못 채워 수업을 폐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주도 학습은 말 그대로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자율 학습이다. 이 경우엔 질의 응답 프로그램을 병행하기도 한다. 미리 질문 내용을 기록했다가 1, 2일 전에 해당 과목 교사에게 건네주면 지정한 시간에 찾아가 개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상화군은 “질문을 ‘제대로’ 하기 위해 신경 쓰다 보면, 공부하는 내용에 대해 스스로 깊게 파고 들게 된다”고 했다. 물론 교사들은 선택 수업에, 밤 늦게까지 남아 학생 질문을 받으려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주변의 관심은 뜨겁다. 개교 13년에 불과한 학교가 대학 진학과 학력(學力)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2006학년도) 입시에선 300여명의 졸업생 중 서울대에 17명이 진학했고 그 밖에 고려대 54명 연세대 49명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ㆍ약학계열 62명이 합격하는 등 특목고 못지 않은 성과를 냈다. 전국 각지의 수재들이 참가한다는 한국일보사 주최 학력경시대회에서도 단체 대상과 개인 대상(자연계)을 휩쓸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교장은 진성고가 단순히 공부만 많이 시키는 학교로만 비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그의 바람도 물론 다른 노(老)교장과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이 미래의 글로벌 인재로 크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학벌 좋고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글로벌 인재’는 아니다”며 “남이 먼저 지나갈 때까지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있을 줄 아는,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제자들이 계속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명=박원기 기자 one@hk.co.kr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8&aid=0000363203
- 이전글중앙일보 ( 2007년 03월06일) 25.01.31
- 다음글한국일보( 2006년 9월 8일 금요일) 25.01.3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